사건 |
2017가합520609 보험금 |
원고 |
1. A 2. B 원고 2.는 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친권자 모 A |
피고 |
주식회사 케이비손해보험 |
변론종결 |
2017. 10. 13. |
판결선고 |
2017. 11. 3. |
주 문
1.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.
2.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.
청구취지
피고는 원고 A에게 1억 2,000만 원, 원고 B에게 8,000만 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6. 11. 29.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 연 6%,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%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.
이 유
1. 기초사실
가. 망 C(이하 '망인')는 2012. 7. 9. 주식회사 D(이하 'D')에 입사하여 위 회사의 전기설계팀 차장으로 근무하던 사람이었고, 원고 A는 망인의 아내, 원고 B은 망인의 자녀이다.
나. D은 2015. 4. 29.경 피고와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보험계약(이하 '이 사건 보험계약'이라 한다)을 체결하였다.
다. 위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중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.
라. 망인은 2015. 7. 19. 16:00경 서울 종로구 E빌딩 5층 D 사무실 비상계단 난간에 자신의 가죽 가방끈을 이용하여 스스로 목을 매 사망하였다(이하 '이 사건 사고').
마. 이 후 원고들은 피고에 대해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였으나, 피고는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의 고의에 의한 사고로서 약관상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다.
【인정근거】 다툼 없는 사실, 갑 제1, 3, 4, 6, 7, 8, 11 내지 15, 18, 을가 제1, 2호증, 변론 전체의 취지
2. 당사자들의 주장
가. 원고들의 주장 요지
망인은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이 사건 사고에 이르게 되었는바, 이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면책사유의 예외로 규정한 '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'에 해당하므로, 피고는 위 보험계약의 수익자인 원고들에게 각 법정상속분에 해당하는 사망보험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.
나. 피고의 주장 요지
망인의 사망은 자살에 의한 것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상 면책사유인 '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'에 해당하고, 그 면책사유의 예외 조항인 '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'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.
3. 쟁점에 관한 판단
가. 관련 법리
상법 제659조 제1항, 제732조의2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,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 자살은 사망자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절단하여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행위를 의미하고,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. 따라서 피보험자가 자살하였다면 그것이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자의 면책사유에 해당하는데, 여기서 말하는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, 자살자의 신체적 ·정신적 심리상황,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, 진행 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,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,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, 기타 자살의 동기,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(대법원 2011. 4. 28. 선고 2009다97772 판결 등 참조).
나. 인정사실 및 판단
1) 갑 제13, 14, 15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근로복지공단이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원인이 망인의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에 있다고 보아 위 사고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사실은 인정된다.
2) 그러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같은 법 시행령상의 자해행위에 대한 업무상 재해의 인정 기준인 '업무상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의 자해행위'와 이 사건 보험계약상 보험금 청구의 요건인 '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해행위'는 구분되는 것으로, 근로복지공단이 이 사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였다고 하여 반드시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까지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없다.
3) 앞서 든 부합증거와 갑 제9, 10, 16, 1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, ① 1969년생인 망인은 2008. 8.경 원고 A와 결혼하여 슬하에 원고 B(이 사건 사고 당시 만 6세)을 자녀로 두고 있었고, 평소 책임감이 강한 성격으로 가정적으로나 경제적으로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사실, ② 망인은 2015. 1.경부터 F 프로젝트(D이 알제리 국영석유공사 등으로부터 수주하여 시공하는 총 공사대금 약 6,834억 원 상당의 석유 관련시설 건설프로젝트) 중 통신 및 소방·화재설비 설계업무 등을 담당하여왔고 위 업무와 관련하여 2015. 7. 4.부터 2015. 7. 15.까지 공사 현장이 있는 알제리에 출장을 다녀왔는데, 위 알제리 출장 당시 발주처로부터 자신이 설계한 부분에 대하여 설계변경을 요구받자 회사에 손실을 끼칠 것 등을 우려하여 많은 걱정과 고민을 하였던 사실, ③ 망인은 위 알제리 출장에서 귀국한 당일 자신의 배우자인 원고 A에게 '사직당할 것 같아'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작성하였으나 이를 보내지 못하고 삭제하였고, 2015. 7. 18. 망인의 상사인 G 부장에게 'C입니다 소방자탐설비를 컨변션넬로 바꿔야 될 것 같습니다 큰일 난 것 같습니다 죽을죄를 졌습니다'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작성하기도 하였던 사실, ④ 망인은 알제리 출장에서 귀국한 당일인 2015. 7. 15.부터 이 사건 사고 발생일(토요일)인 2015. 7. 19.까지 매일 회사에 출근하여 늦은 시간에 퇴근하였고, 식사나 수면 등도 제대로 취하지 못한 사실, ⑤ 이 사건 사고 당시 유서 등 별다른 신변정리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.
4) 위 인정사실들에 따르면 평소 책임감이 강한 성격의 망인은 자신이 맡고 있던 대규모 해외 공사프로젝트 관련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하여 상당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아오던 중 이 사건 사고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바, ① 망인에게 정신과적 진단 및 치료를 받거나 상담을 받는 등의 정신질환 병력이 존재하지 않는 점, ②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술이나 약물에 취하였거나 그 밖에 원인으로 극도의 흥분상태에 빠져 자신의 행동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자살에 이른 것으로 볼만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 점, ③ 원고들이 주장하는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 망인이 받은 업무상 스트레스나 정신적 압박감 등은 일반적으로 그 자체만으로는 사람의 사리분별력을 상실시키거나 이성적 판단에 장애를 초래하여 심신상실 상태에까지 이르게 하는 심리적 요인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, 위 사고 당시 망인이 앞서 본 법리에 따른 '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'에 있었다고까지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(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상 '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'과 '그에 해당하지 않는 자살'이 구별되고 있고, 후자의 경우에도 심한 스트레스나 절망적인 심리상태가 원인 내지 동기가 될 수 있는 것인 만큼 전자의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기 위해서는 심한 스트레스나 절망적 심리 상태만이 아니라 그야말로 의사결정 능력이 상실되었다고 할 정도의 정신의학적 상태에 이르렀음이 입증되어야만 한다.).
5) 따라서 이 사건 사고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로서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정한 면책사유에 해당하는바, 망인의 사망이 위 보험약관에서 정한 면책사유의 예외에 해당됨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원인에 관한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.
4. 결론
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각 청구는 부당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한다.
재판장 판사 윤상도
판사 김영환
판사 육영아